• 세월호 보고 30분 조작
    “미필적 고의 의한 살인”
    우원식 "국가위기관리지침 불법변경, 헌정질서 파괴행위”
        2017년 10월 13일 02:2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한 최초 시점을 30분 늦춰 발표하는 등 사실을 조작하고 재난 상황 컨트롤타워 규정을 사후 불법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청와대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인 12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9월 27일 국가위기관리센터 캐비닛에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를 발견했다”며 또한 “10월 11일 안보실 공유폴더 전산 파일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상황보고일지를 사후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해 이러한 사실을 수사기관에 의뢰할 예정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일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오전 9시 30분에 청와대에 최초 상황보고를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를 조작해 박 대통령이 사고 당일 오전 10시에 최초 보고를 받고 10시 15분에 사고 수습과 관련한 첫 번째 지시를 내렸다고 조작했다. 또 이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제출했다.

    임 실장은 “보고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시간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퇴선명령 등을 통해 세월호에 갇힌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30분이라는 골든타임을 대통령이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은 채 흘려보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단순 직무유기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봐도 무방”

    박종운 전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은 1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30분이면 전원을 다 구조할 수 있는, 그러고도 남는 시간”이라며 “그 시간에 최고 권력자이고, 컨트롤타워의 최상층에 있는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생명이 오고갈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전 9시30분은 세월호가 45도 기울어진 시각이고, 오전 10시15분은 2분 후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한 시각이다. 이 시간이 골든타임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범국가적 구조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시점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단순 직무유기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청와대 안보실장이 국가 위기 상황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는 국가위기관리지침(대통령 훈령 318호)의 내용을 불법적으로 변경한 사실도 확인됐다.

    세월호 사고 당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2014년 7월말 김관진 당시 안보실장의 지시로 ‘안보는 안보실, 재난분야는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변경됐다. 변경된 부분은 빨간펜으로 줄을 긋고 그 위에 손글씨를 적어넣는 방식이었다.

    지침이 변경된 당시는 국가위기상황 컨트롤 타워 역할을 놓고 첨예한 공방이 벌어지던 때다.

    변경 직전 김관진 안보실장은 국회에 출석해 “국가안보실은 재난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 실장은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은 관련규정에 따라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요청하는 절차, 법제처장의 심의필증을 첨부해 대통령이 재가하는 절차, 다시 대통령이 재가를 받은 훈령에 관련번호를 부여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러나 일련의 절차를 무시하고 청와대는 원본에 빨간 볼펜으로 줄을 긋고 수정한 지침을 전 부처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지침을 변경한 이후에도 법제처장에게 사후 심사 요청을 하지도 않았다.

    임 실장은 “이 불법변경은 세월호 사고 직후인 2014년 6월과 7월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컨트롤 타워가 아니고 안행부’라고 국회에 보고한 것에 맞춰 사후 조직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절차를 무시한 지침 불법 변경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책임 회피를 위해 불법적인 상황이 있었던 만큼 김관진 안보실장 등 당시 책임자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종운 전 상임위원은 “그 당시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논란으로 말을 바꾼다. 청와대가 (책임론에서) 빨리 빠져나가기로 내부적으로 결정을 한 것”이라며 “매뉴얼(지침)을 바꾸는 건 말을 바꾸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허위로 증거를 조작하는 것에 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훈령 불법조작, 최고위급 인사 개입 없이는 불가능”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훈령의 불법조작은 대통령비서실장과 안보실장 등 최고위급 인사의 개입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수사당국은 이와 같은 대통령훈령 불법조작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사건에 가담한 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세월호 참사 상황일지와 국가위기관리지침을 변경한 건 헌정질서 파괴행위”라며 “김기춘, 김장수, 김관진 등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사실 조작과 불법이 밝혀지면서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 붕괴된 상황이다. 세월호 유가족 등은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날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구조 활동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제출했던 정보들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며 “제2기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하루빨리 다시 구성돼 재조사와 재수사, 책임추궁 등이 본격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같이 조작된 보고서를 국회와 법원, 심지어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에도 제출해 사실을 은폐했다. 이런 사실이 탄핵심판 당시 알려졌다면 대통령의 탄핵 사유도 달라졌을 것”이라며 “세월호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행적과 정부의 진상규명 방해 행위에 대한 즉각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