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정 이행 협약,
    파기하려는 정부 속내는?
    [영화와 현실] 영화노동 개선 기준
        2017년 10월 09일 01: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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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2월 창립 이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사측(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과 매년 교섭을 통해 “영화산업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을 체결하고 있다.

    영화산업에서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등 최소한의 법령이 담긴 임단협이 시작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약 6여년이 지났음에도 실상 노동관계법령에 준하는 임단협의 파급 효과는 미약했다. 사실 당시 임단협 위임사들의 영화 제작이 1년에 2~3편에 불과했고, 그것마저도 투자사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임단협 자체를 이행할 수 없다고 하여 적용비율은 0%라고 해도 무방하였다.

    그런데 2012년 최소한의 노동관계법령이 준수되는 제작현장과 그러한 제작현장의 건강한 영화노동자를 통해 양질의 영화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투자/배급/상영을 하고 있는 CJ E&M과 CJ CGV에서 하게 되었다.

    이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영화산업 발전 및 영화근로자의 고용과 복지 증진”이라는 부제를 갖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입회하에 “노사정이행협약”이 체결되었으며, 매년 한국영화 대기업들이 속속 협약체결당사자로 들어오게 되었다.

    <노사정이행협약 주요 요약>

    ① 1차 노사정이행협약(2012. 4. 9.)

    -협약당사자 : ‘영화진흥위원회’, ‘(주)CJ E&M’, ‘(주)CJ CGV’, ‘(사)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주요 협약 내용 : ①훈련인센티브제도 도입, ②4대보험 등 기초사회보장제도 조기도입 추진, ③영화산업 표준근로계약서 사용 권고

    ② 2차 노사정이행협약(2013. 4. 16.)

    -협약당사자 : ‘영화진흥위원회’,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쇼핑(주)롯데시네마’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주)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월드’ ‘(주)CJ E&M’, ‘(주)CJ CGV’, ‘(사)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주요 협약 내용 : ①훈련인센티브제도(사다리제도) 도입, ②4대보험 적용, 영화산업노사 단체협약 준수 및 표준근로계약서 적용, ③영화산업 표준임금가이드라인 적용, ④영화인신문고에서 확인하는 임금체불 제작사에 대한 투자 및 배급 상영금지

    ②3차 노사정이행협약(2014. 10. 29.)

    -협약당사자 : ‘영화진흥위원회’, ‘롯데시네마ㆍ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주)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월드’, ‘(주)메가박스’, ‘(주)CJ E&M’, ‘(주)CJ CGV’, ‘(사)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주요협약 내용 : ①훈련인센티브(사다리제도) 기금 마련 및 추진, ②협약당사자들 투자ㆍ제작(공동제작포함)을 진행할 경우 4대 사회보험 및 표준계약서 의무적용, ③모든 직무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 영화산업 임금 및 단체협약 및 표준근로계약서 준수와 적용, ④영화산업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적용, ⑤영화인신문고에서 확인하는 임금체불 등으로 분쟁중인 제작사 및 관련자에 대한 투자 및 배급ㆍ상영금지, ⑥임금체불방지를 위한 영화근로자임금별도관리제도 도입.

    *제3차 노사정이행협약 제5조(영화산업 표준근로기준 적용)

    가. 협약 당사자들은 투자, 제작(공동제작 포함)을 진행할 경우 모든 직무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 관련한 계약은 “영화산업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으로 작성된 “표준근로계약서”를 적용한다.
    나. 협약 당사자들은 투자, 제작(공동제작 포함)을 진행할 경우 “영화산업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을 준수한다. (이하 생략)

    3차 노사정이행협약 체결 모습(사진=영화산업노동조합)

    “노사정이행협약”에서 실상 ‘영화진흥위원회’가 준정부기관으로서 정(政)의 역할로 참여하였다. 하지만 필자는 제3차에 이르는 동안 모든 “노사정이행협약”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입회하에 진행되었으며, 산하기관(영화진흥위원회)의 의사 표시 역시 주무부처의 승인 전제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도 노사정이행협약의 직접당사자로서 절차상 이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식상 협약 직접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는 2015년 5월 ‘임단협에 준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공신력 있는 부처 및 산하기관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영상진흥사업에 해당 표준근로계약서를 의무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노사정이행협약이 확대되는 데 사실상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노사정 합의사항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4. 1월 박창식의원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이 발의되었고, 해당 개정법률안은 2015. 11월 시행되었다.

    박창식의원 대표발의(의안번호 9127, 발의연월일 : 2014. 1. 22)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제안이유 발췌

    한편 영화산업 근로자의 열악한 고용여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정부, 영화산업계, 영화산업노동조합은 2012년 4월 ‘제2차 노사정협약’을 체결하여 4대 보험 적용, 표준임금가이드라인 등에 대해 합의하였으나 실제 영화제작 현장에서는 수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

    이에 노사정 합의사항의 이행을 뒷받침하고, 영화산업 근로자의 안전사고로부터의 보호, 직업 훈련 등을 통해 영화산업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영화산업 근로자의 복지를 증진함으로써 영화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임.

    실상 “노사정이행협약”은 노조법상의 일반적 구속력을 초월하는 협약으로, 협약 체결 당사자가 투자하는 제작사에 고용되는 모든 영화노동자들에게 “임단협”을 적용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 협약을 통해 근로계약과 4대보험 가입, 노동법령이 준수되는 등 영화산업내 근로환경개선의 포문이 열리게 된 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노사정이행협약>을 왜 “문화체육관광부”는 파기하려 하나?

    그런데 이러한 노사정이행협약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러한 이상한 기류는 오히려 사측이 아닌 바로 “정부”, 그것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작되고 있다.

    현재 문체부 및 영진위 홈페이지 게시된 <2015년 영화 표준근로계약서(2종)>은 개정된 2017년도 임단협이 아닌 효력을 상실한 2015년 임단협을 근거로 하고 있는 것은 물론, 2017년도 노사가 합의하여 폐기한 ‘포괄임금용 계약서’가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문체부 및 영진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5년 영화 표준근로계약서(2종)>은 문체부 및 영진위 사업(심지어 영비법 제3조의5에 따라 우대 지원됨)은 물론 영화업계에 공신력있는 표준계약서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5년 임단협의 결과로 만들어진 <2015년 영화 표준근로계약서(2종)>의 계약조항은 2015년도 임단협 조항을 직접 인용하고 있어, 노사간 갱신되기 전의 임단협에 따라 계약서 조항을 해석해야 하는 것은 물론, <2015년 영화 표준근로계약서(2종)> 중 포괄임금용 계약서를 악용한 사례로 이미 ‘자전차왕 엄복동’ 등에서 이미 기사화되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악용되는 포괄임금용 계약서는 이미 고용노동부 차원에서도 배제하고 있는 것이고, 문체부는 악용되는 사례를 익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버젓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우리 노조는 “노사정이행협약”에 따라 2017년 2월 영화산업 노사간 임단협을 체결됨과 동시에 문체부에 2015. 5월 부처 및 산하기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5년 임단협에 따라 만들어진 <2015년 영화 표준근로계약서(2종-시간급용, 포괄임금용)>를 내리고, 2017년 임단협에 따른 <2017년 표준근로계약서(1종-시간급용)>를 게시해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하지만 문체부는 (1)부처가 협약 직접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 (2) 2017년 임단협에 따른 <표준근로계약서(1종)>는 노사정이행협약에 따라 영화산업 내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노사간 “포괄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았다는 이유 (3) <2017년도 표준근로계약서(1종)>은 노조법상 일반적 구속력에 국한되는 것이라는 이유로, 노조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부처 홈페이지에 표준계약서를 변경할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한술 더 뜬 협약 체결 직접당사자인 영화진흥위원회는 사측 주장 요지인 “노조법상 일반구속력을 확대할 수 없으니, 위임사에 한정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2017년 표준근로계약서를 별도로 게시하겠다”라고 하고 있다.

    “노사정이행협약”은 대한민국 영화산업 발전 및 영화근로자의 고용과 복지 증진을 위해 처음 시작되었으며, 이로 인한 영화산업 내 최저임금법이 지켜지고, 초과근로에 대한 시간외근로수당의 적용으로 일한만큼 임금을 받도록 함은 물론, 산재ㆍ실업ㆍ건강ㆍ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단속적 노동자인 영화노동자에게 더 필요한 4대 사회보험 가입을 유도하게 되었다.

    이러한 근로환경개선을 위해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노사정이행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도 않으면서, 문체부와 영진위는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영화 현장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처 및 산하기관에 게시된 현재의 <2015년 표준근로계약서(2종)>가 근로환경을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시정하지 않으면서 근로환경 개선이라는 말을 함부로 언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부는 노사정 합의된 사항을 절차상 이행함은 물론, 합의된 사항이 노사정 공히 잘 지켜가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당사자임은 자명하다. 그러한 당사자 책임과 소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어찌 문화산업을 관장하는 부처라 할 것인가?

    우리 노조는 노사정이행협약에 따른 절차상 이행을 요구한 것뿐인데 그들의 눈에는 생떼 쓰는 걸로 보이나 보다.

    필자소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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