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레일, 불통과 왜곡 넘어 협박
    대통령의 노조 적대 인식, 공공기관으로 전염돼
        2016년 10월 21일 01: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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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순만 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철도노조와 관련해 21일 “파업참가자들이 복귀하지 않더라도 6개월 이내에 추가인력 확보, 외주화 등을 통해 화물열차 일부를 제외한 모든 열차를 정상화 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성과연봉제가 임금체계에 관한 사안인 만큼 교섭을 통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노조는 “공사 사장은 인력확보 승인 권한도 없고 법적으로도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홍순만 사장은 이날 오전 코레일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철도공사 사장으로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제 더 이상의 복귀명령은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홍 사장은 “코레일은 연말까지 비상수송계획을 새롭게 수립해 시행하겠다”며 “KTX는 11월말까지 100% 정상 운행하고 이후에도 정비 분야 협력업체 지원, 외주화 등을 통해 정비를 철저히 하여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인력 채용 시 기관사 면허 소지를 우대 또는 의무화하고 일반직원들의 기관사면허 취득, 군인력 확보 등을 통해 3년 내에 3천명의 기관사를 육성하겠다”고도 했다.

    김정한 철도노조 대변인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노사 합의사항도 기획재정부에서 승인 안 해주면 할 수 있는 게 없데 인력확보 승인 권한도 없는 공사 사장이 어떻게 인력을 그렇게 충원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그런 말 할 시간 있으면 노사 교섭장에나 나오라”고 비판했다.

    특히 장기파업 대응 방안으로 내놓은 외주화 정책은 노동자 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우려가 나온바 있어, 철도공사가 노조와 힘겨루기 때문에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김정한 대변인은 “외주화는 파업이 아니라도 매년 기재부에서 외주화 비율 정해서 내려준다. 매년 시행하는 것이지 파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정부가 평시에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데에 앞장서 왔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두장

    홍순만 사장(위 중간)과 노동자 집회 모습

    박근혜 정부의 노조 적대 분위기, 공공기관에도 확산
    “철도노조, 상급단체 지휘 받고…정치적 목적 연대 파업해”

    홍순만 사장은 철도노조를 ‘비상식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등 노조를 적대시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노조와 대화를 원천 차단한 채 ‘기득권·이기주의 집단’이라고만 몰아붙이는 박근혜 정부의 분위기가 공공기관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홍 사장은 “이번 철도파업은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며 복귀명령에도 파업을 이어가는 철도노조에 대해 “여태까지의 철도노조 집행부의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행태로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비난했다.

    이어 “성과연봉제는 내년 1월 1일 시행되므로 만약 성과연봉제 도입에 문제가 있다면 사법적 판단에 따라 그 효력을 다투면 된다”며 “성과연봉제 철회’를 주장하는 철도파업은 노동쟁의권 남용이자 목적상 정당성을 상실한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더 나아가 “철도노조는 상급단체의 지휘를 받아 성과연봉제를 있지도 않은 줄세우기, 퇴출제라 선동하고 대정부 투쟁 등 정치적 목적의 연대 파업을 이어가며 국민불편과 사회경제적 혼란만을 초래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홍 사장은 “코레일은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불법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주동자를 시작으로 법과 원칙에 따른 본격적인 징계절차를 착수하겠다”면서 “여태까지와 같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 준수, 손해배상 추가 청구, 민․형사상 고발 등도 법과 원칙에 따라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안정적 일터 만들어”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임금삭감, 고용불안을 야기해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견해는 이미 성과연봉제를 시행했던 해외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홍순만 사장은 성과연봉제가 철도 노동자들의 일터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사장은 “성과연봉제는 공정한 대우를 통해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철도공사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장기적으로는 여러분의 일터를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해 일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갈 수 있는 공평하고 투명한 보상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홍순만의 자기 분열…
    “철도노조, 비상식적 집단” “아직도 사랑한다”

    홍순만 사장의 기자회견문의 시작은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한 “불법파업” 규정이었다. 뒤이어 노조 집행부와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에 대한 원색적 비난까지 이어갔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가 파업이라는 수단을 통해 사측에 하는 문제제기를 그저 ‘선동’으로 치부해버린다는 점이다.

    홍 사장은 자신의 복귀명령에 응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철도노조 집행부의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행태”라고 매도하고, “철도노조는 상급단체의 지휘를 받아 성과연봉제를 있지도 않은 줄세우기, 퇴출제라 선동하고 대정부 투쟁 등 정치적 목적의 연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 자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도 있었다. 그는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이 복귀를 하고 싶어도 왕따가 무서워 복귀를 못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구축해 놓은 철옹성 울타리 안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 직원들에게 노동조합의 말이 곧 법으로 통한다”고 했다.

    이번 장기 파업에 대해선 “일부 사회단체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에) 호응을 보인다고 하니까 마치 국민들이 철도노조를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면 오산”이라며 “역대 최장기 파업임에도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여론을 형성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순만 사장은 “아직도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 여러분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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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내용은 철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어느 파업 참가 조합원이 SNS에 올린 글이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의 현실 인식과 현장 노동자의 인식이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이어서 게재한다.

    <가족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가장의 자존심을 짓밟는 3류 깡패 짓거리를 서슴없이 해대는 철도공사의 막장공세>

    파업날짜가 늘어날수록 사실 걱정이 더해갔다.

    가족들에게 특히 집사람에게 큰소리치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마음 한편엔 10월 급여가 걱정되었다.

    이것저것 지출할 것이 많은데 뭐라 이야기해서 이 위기를 넘기자고 할 것인가.

    적금을 깨자는 말을 먼저 해야 하나? 아무래도 내무장관은 집사람이기에 걱정 말라고 큰소리 쳐놓고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어제 대학로 집회에 갔다 와서 동료들과 쐬주 한 잔하고 들어오면서 술기운에 말을 꺼내려는데 집사람이 먼저 공사가 보내온 급여명세서를 보여주면서 흥분해서 쏘아댄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눈길을 외면하며 마음을 졸이는데…

    ‘이런 X새끼가 공사 사장이라니. 왜 파업하는지 이제 알겠다. 걱정마라. 적금을 깨든 알바를 하든 집안 살림 꾸려 나갈 테니 팔뚝질이나 제대로 해! 술은 작작 마시고…’

    눈물이 핑 돌아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가족을 능멸했다’는 위원장이 한 말이 떠오른다.

    그래 이것들이 이제 막장에 몰려 3류 저질깡패나 하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다.

    가족들 앞에서 가장을 두들겨 패는 비열한 짓거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 마누라 자존심까지 건드린 거다.

    니들 죽었어. 울 마누라 화나면 무섭다.

    막혔던 가슴 속이 뻥 뚫리면서 명쾌해졌다.

    이대로 마누라 자존심까지 짓밟혀 가면서 현장으로 들어가 태연하게 일할 수는 없는 거다.

    차라리 흠씬 두들겨 맞아 질질 끌려가서 강제노역은 할지언정 가족까지 능멸 당하면서까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핑계 대며 자존심 내팽개치고 일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 번 끝까지 가보자.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머지 않는 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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