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 총파업, 회군은 없다
    민주노총 공공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 개최
        2016년 10월 19일 07: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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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19일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 등 노동개악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1만5천여 명은 이날 오후 대학로에 집결해 ‘노동개악 폐기! 성과퇴출제 분쇄! 부패·불법·살인정권 퇴진! 공공-화물연대 총파업 승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철도·건강보험·국민연금·서울대병원 노조 등 공공운수노조 산하 노조를 중심으로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 등도 참석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회사를 통해 “대화의 문을 봉쇄하고 탄압에만 목을 매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최강기 파업을 유도하고 있는 주범”이라며 “박근혜 정권은 파업파괴를 위한 탄압이 아니라 성과퇴출제를 폐기하고 노동조합과 대화에 나서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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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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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노조 “사측 코레일, 부당노동행위 등 사법처리 요구할 것”
    사측 징계 압박에도 ‘전면 파업 유지’

    이날까지 23일째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철도노조에 대해 코레일이 징계 및 사법처리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당한 철도파업에 징계를 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이고 징역2년에 해당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본부는 정부중재안을 수용하고 이날까지 열흘간 파업의 중단을 선언했다. 이제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노조는 철도노조뿐이다.

    최 직무대행은 “파업자금이 있고, 굳건한 연대가 있다면 철도노조 파업투쟁은 승리할 수 있다”면서 “마지막 승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철도 동지들에게 우리 민주노총 전 조합원이 실탄을 공급해주자”고 강조했다.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앞서 진행한 3차 결의대회에서 “이번 파업 전후로 자행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명예훼손, 김영란법 위반, 단협 위반, 헌법 유린을 법으로 다투겠다”며 “이 모든 범죄를 사전에 공모한 자, 지시한 자, 전달한 자, 부역자 모두를 전국철도노조 조합원 이름으로 사법 처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과연봉제를 이사회 의결로 처리한 것을 거론하며 “근로기준법 알기를 우습게 아는 자들에게 우리 노조의 이름으로 손배청구 들어가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투쟁지침 5호 발동 선언을 통해 “파업 대오는 중앙쟁대위원장의 투쟁명령에 따라 승리하는 무기한, 중단 없는 총파업 투쟁을 더욱 완강하게 사수한다”면서 “필수유지 조합원은 임금형평성 기금 결의와 비번, 휴일, 파업대오에 합류하고 함께 싸워 함께 승리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성과연봉제, 노동자 뿐 아니라 환자도 퇴출시켜”

    2차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도 무대에 올라 투쟁발언을 이어갔다.

    정혜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돈이 없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생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이 대한민국에 아직도 2백만 명”이라며 “이 정부는 그런 빈곳을 채워주기는커녕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권리를 더욱 더, 멀게 만들고 있다. 성과퇴출제는 노동자뿐 아니라 환자들도 병원에서 퇴출시키는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정 부위원장은 “산재 환자들과 국가유공자 환자를 대상으로 돈을 더 벌라고 강요하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환자가 병원과 더 가까워 질 수 있도록 2차, 3차 파업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발표하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철도와 공공부문 총파업 투쟁을 승리해 노동개악·성과퇴출제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며 “공공부문 총파업 투쟁을 11월 전국노동자대회와 민중총궐기 투쟁으로 이어나가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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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 “공공노조 파업, 세월호 학생들에게 보내는 어른들의 다짐”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결의대회 직후 종로 보신각까지 행진을 통해 시민들에게 성과연봉제 등 노동개악의 폐해를 선전하고 연대를 촉구했다.

    정영섭 성과퇴출제 폐기 시민사회공동행동 운영위원은 행진 후 마무리 집회에서 “공공노동자들의 파업은 민영화로 인한 국민 피해를 막는 우리 모두를 위한 파업이자, 미래세대 청년들을 위한 파업”이자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 세월호 학생들에게 보내는 어른들의 다짐이자 민중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정 운영위원은 “박근혜 정부는 이번 파업을 ‘불법이다, 이기주의다’ 매도하지만 경제 실패, 민생 실패, 한반도 평화 실패, 백남기 농민 살인 폭력한 박근혜 정부야말로 불법 정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공노동자들의 파업을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다”며 “사회적 연대를 더욱 더 확산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회 마지막 발언을 위해 나선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또한 “경총 회장, 조중동 보수언론까지도 정부가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만 그러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공공 노동자들이 임금 손실로 지쳐서 돌아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총파업 시작할 때 반드시 승부를 보는 파업하겠다고 했다. 성과연봉제 중단시키지 않고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철도노조의 무기한 총파업 힘차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양대노총이 함께 투쟁을 지원하고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김영훈 철도노조 중앙쟁대위원장이 집회에서 낭독한 철도노동자의 결의를 담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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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로역정

    우리는 알고 있었다.
    2013년 겨울, 12월22일 우리의 지도부를 검거하겠다고
    노동자들의 심장 민주노총을 침탈할 때부터 우리는 알고 있었다.

    케티엑스 민영화저지 투쟁을 마치고 현장으로 복귀하던 그해 마지막 날.
    분을 이기지 못한 박근혜 정권이 기어이 우리를 또 다시 도발할 것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때 우리는 말했다.
    앞으로 4년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하는 시민들에게 박근혜 정권 4년이 남은 것이 아니라
    이명박근혜 정권 6년이 지나가고 있다고 우리는 웃으면서 인사했다.

    전경련의 청부입법 쉬운해고 평생비정규직을 노동개혁으로 사기칠 때 노동자는 보호받아야 할 시민이
    아니라 제거되어야 할 내부의 적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다.

    선량한 농민 백남기 어르신을 물대포로 직사할 때, 함께 살자고 외쳤던 해고노동자 한상균 위원장님을 폭도로 내몰 때 우리는 결심했다.

    총선 이후 개악이 불가능해진 노동법을 저들은 대놓고 무시할 것이란 걸 우리는 직감했다.
    평생 사과라고는 할 줄 모르는 대통령이 폐기처분된 노동개악법을 관에서 끄집어 낼 때 우리는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5월 30일 교섭 도중 이사회를 강행할 때 조합원들은 본능처럼 파업배낭을 꾸렸다.
    겨울옷도 챙겼다. 아내에게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가족과 일터를 지키기 위해 잠시 다녀오겠노라 약속했다.

    너희들만 모른다.
    불법으로 매도하고, 겁박하고 회유하면 끝이라는 착각하지 마시라. 무노동 무임금 돈이면 다 된다는 오판도 하지 마시라. 불의한 권력과 돈에 굴복할 우리였으면 시작도 안했다.

    파업에 참가한 신규조합원 조롱하지 마라. 너희들 눈에는 아직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인턴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성과퇴출제를 경험한 선배들이다.

    평생 인턴으로 살수 없었다는 청년노동자들의 외침을 너희들만 모른다.

    주제넘게 걱정을 빙자하여 철도가족들 욕보이지 마라. 사랑하는 가족과 배려해야할 이웃이 없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을 당신들 기준으로 판단하지 마시라. 우리에게는 돈과 권력으로도 얻지 못하는 소중한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너희들만 모른다.

    더 이상 관용은 없다.
    노동3권을 유린하고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법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헌법부정 세력들은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 당신들이야 말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들이다.

    파업노동자의 자유를 일제 군국주의 잔재 업무방해죄로 가두려 하지 마라.
    우리는 더 이상 무고한 노동자들이 범죄자로 취급받지 않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투쟁한다. 우리가 민주주의와 정의, 헌법의 수호자들이다.

    우리는 미군정 폭압통치를 종식시키고 일하는 모든 사람이 주인 되는 민주공화국수립을 열망했던 1946년 9월 철도총파업의 후예들이다. 철도노동자들의 가슴엔 선배들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전태일 열사의 유언은 우리 노동조합의 최대강령이다.

    20일까지 복귀하라고 최후통첩이라고 했다. 감히 최후라는 말 입에 올리지 마라.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러하기에 오늘 우리의 투쟁은 철도노동자가 걸어온 길, 걸어갈 길, 우리 모두가 운명처럼 함께 만들어 온 길. 철로역정이다.

    2016년 10월 19일 파업 23일차

    전국철도노동조합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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