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7 공공 총파업 돌입
    "정부가 불법하면 우리는 총파업"
    "효율성으로 포장된 성과만능주의...'국가폭력'"
        2016년 09월 27일 05:1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9.27 총파업이 시작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철회할 때까지 이날부터 무기한 파업을 이어간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10개 사업장은 이날 오전부터 전국 13개 지역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동시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와 건강보험노조가 이날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결했고, 이보다 앞서 오전 11시경엔 서울지하철노조가 군자기지 3.16광장에서, 5678서울도시철도노조는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서울대병원 로비에서 오전 9시 30분 총파업을 알렸다.

    이 밖에 쟁의권을 확보한 부산지하철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국민연금지부, 교육학술정보원지부, 청소년활동진흥원지부 등도 원주,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이날 총파업을 시작한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은 모두 5만 4천여명(주최측 추산)에 이른다.

    28일 내일부터는 경북대병원, 철도시설공단, 국토정보공사 등이 총파업에 나서면서 13개 사업장, 6만 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총파업에 합류한다.

    한편 정부는 일제히 공공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며 파업 참가자들을 직위해제하고 나섰다. 철도공사는 오늘자로 현재까지 23명, 부산지하철노조는 노조 임원과 지부장 7명에 이어 주간 파업자 844명을 직위해제했다.

    1

    철도-건강보험노조 수도권 총파업 출정식(사진=곽노충)

    “정부가 불법하면 우리는 총파업이다”

    이날 오후 폭우가 쏟아지는 서울역 광장엔 철도노조와 건보노조 조합원 1만 명이 빼곡하게 모인 가운데,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묵상으로 총파업 출정식을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총파업 출정식 중 가장 큰 규모다.

    투쟁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공공운수노조 소속 16개 노조 6만 3천 조합원은 오늘부터 시기집중 동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하며 “국민을 위한 참된 공공개혁의 주체는 바로 투쟁하는 우리 공공노동자들이다. 이제 흔들림 없이 파업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조 위원장은 “정부의 제도적 국가폭력에 맞서 싸우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백남기 선생이 돌아가셨고 향후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투쟁에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선 철도노조 서지본 쟁의대책위원장은 “성과연봉제는 공공 노동자들을 돈벌이 경쟁에 몰아넣고, 국민의 주머니를 털고, 사측의 자의적인 성과기준을 빌미로 노동자들을 낙하산 인사들 밑에 줄서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쟁대위원장은 “철도 민영화와 외주화를 막고, 국민의 밥그릇을 깨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건보노조 서울본부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기관 투쟁을 두고 귀족노조니, 불법파업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과연 이 시점에 누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나”라고 반문하며 “법을 어긴 것은 바로 박근혜 정부”라고 질타했다. 김 서울본부장은 “수많은 보수언론이 우리의 투쟁을 철밥통 지키기라고 하지만, 우리들은 바로 국민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총파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계 “한국 정부,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말도 안 되는 일”
    시민사회 “전체 노동자 밥그릇 지키는 정당한 투쟁”

    국제 노동계도 공공운수노조의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표하기 위해 비를 맞으며 무대에 올랐다.

    캐나다 최대 산별노조인 공공노조(CUPE)의 찰스 플러리 사무처장은 “공공부문은 이윤만을 추구하며 운영되는 곳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국민에 제공하기 위한 곳”이라며 “때문에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공공운수노조의 투쟁은 바로 우리의 투쟁”이라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특히 찰스 플러리 사무처장은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공 노동자들에게 성과연봉제를 강요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며 “공공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더 나은 노동조건, 단체교섭권은 보호해야 한다”고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전국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등의 연대체인 시민사회공동행동도 연대에 나섰다.

    최영준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부와 언론 등은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안중에도 없는 철밥통의 파업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의 정규직화 위해 무엇을 했나”라며 “지난해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요구’라고 비난했던 언론과 정부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공동운영위원장은 “22년 전 철도와 지하철 노조가 ‘최저생계비 보장, 민주노조 사수’ 요구를 걸고 공동파업에 나섰다. 그런 투쟁이 있었기에 현재 노동조건 개선됐고 그 여파로 민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됐다”며 또한 “성과연봉제 도입은 결국 공공서비스 파괴와 요금인상, 대형안전사고로 이어져 국민 피해까지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 파업은 전체 노동자들의 밥그릇 지키는 너무나 정당한 투쟁”이라고도 했다.

    113

    철도 서울역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성과만능주의…국가폭력”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총파업 선언문을 통해 “공공부문을 돈벌이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성과만능주의를 포장하지 말라”며 “효율화라는 미명으로 압박하는 안전의 외주화는 국가폭력”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장하는 공공개혁의 종착역은 분할민영화이고 노동개혁의 다른 말은 쉬운해고”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의료보험 없이 살아가도록 강요하는 것은 건강하게 살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고, 개인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민영철도를 타게 하는 것은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성과연봉제가 민영화 정책과 흡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표균 건보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지난 5월 30일 노조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수규정을 개정하면서 약 4개월 동안 불법적인 임금체계 개편에 노사교섭을 통보해왔으나 묵살 당했다. 이제 2017년이면 노동자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 일방적으로 시행될 상황”이라며 “이 파업은 노조가 더 이상 투쟁하지 않을 수 없는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마지막 선택”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공공노동자들의 파업이 ‘기득권 지키기’라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주장에 대해 “우리의 투쟁은 쉽게 해고되지 않고, 사측의 잣대에 의해 임금이 깎이지 않으며, 국민에게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그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맞다”고 맞섰다.

    <별첨> 철도노조 총파업 선언문

    총파업 선언문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우리의 숭고한 노동은 사용자 맘대로 결정하여 언제라도 폐기처분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다.

    공공부문을 돈벌이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언제나 국가 그 자체 목적으로 대하라. 우리의 생산물은 시장의 먹잇감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이고 공동체를 지탱하는 사회공공성의 요체이다. 자본의 탐욕보다 우리 모두의 권리가 우선한다.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성과만능주의를 포장하지 말라. 그 누군가를 탈락시켜야만 성과가 난다고 맹신하는 시장주의자들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신성한 의무이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속이지 말라. 시대착오적인 국정교과서, 건국절 소동이 박근혜식 교육개혁의 본질이라면 그들이 주장하는 공공개혁의 종착역은 분할민영화이고 노동개혁의 다른 말은 쉬운해고이다.

    지금 우리사회에 가장 중요한 개혁은 공공부문의 시장화가 아니라 동네상권까지 장악해 들어온 시장의 횡포를 제어하는 시장의 사회화이다. 공공부문의 진정한 개혁은 낙하산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성과퇴출제가 아니라 진정한 주인인 시민사회의 경영참가이다.

    노동조합을 혐오하지 말라! 노동조합이 무너진 폐허 속에 경제민주화의 꽃은 피지 않는다.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났고 전쟁위기는 고조됐다. 안보위기와 경제위기의 진앙지는 민심을 거스르고 시대를 역행하는 박근혜 정권이다. 지금 우리가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역이다.

    임금노동자의 몰락은 내수시장의 붕괴이다. 저곡가에 시름하는 농민들의 고통이다. 미래를 잃어버린 청년들은 예비노동자이고, 자영업자로 내몰린 이웃은 구조조정 된 노동자였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배려하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의료보험 없이 살아가도록 강요하는 것은 건강하게 살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개인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민영철도를 타게 하는 것은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우리는 침몰하는 배를 두고 달아난 세월호 선장이 아니다. 효율화라는 미명으로 압박하는 안전의 외주화는 국가폭력이다. 우리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오늘 우리의 투쟁은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거짓과 미신. 모든 낡은 것들과의 결별이다. 오늘 우리의 투쟁은 내일 민중의 복지이다.

    오늘 우리의 총파업 선언은 잊지 않고 기억하자. 분노하고 행동하자 했던 우리 모두의 다짐이다. 무고한 아이들을 먼저 보낸 살아남은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절규했던 전태일 열사 앞에 드리는 추모사이고, 국가폭력에 희생된 고 백남기 농민에게 드리는 조사이다.

    자랑스러운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 동지들이여! 우리 모두의 자유와 평등, 정의와 민주주의 지키기 위해 두려움 없이 전진해 나갑시다. 저는 여러분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승리의 그 날까지 언제나 함께 할 것입니다. 투쟁!!

    2016년 9월 27일

    전국철도노동조합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영훈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