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허랜드' 등
    [책] '나는, 또한 당신입니다' 'C. 라이트 밀스' 외
        2016년 08월 27일 03: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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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랜드> – 여자들만의 나라

    샬롯 퍼킨스 길먼 (지은이) | 황유진 (옮긴이) | 아고라

    아고라 총서-허랜드 표

    작가이자 여성운동가, 사회개혁가로 활동한 샬롯 퍼킨스 길먼의 소설집. 어느 날 갑자기 남자들이 전멸하고 여자들만 살아남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불평등과 성별 갈등이 모두 사라지고 여성들끼리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게 될까, 아니면 남성의 부재로 인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

    이 책의 표제작 ‘허랜드’는 온 국민이 여자뿐인 미지의 여인국을 그린 소설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소설의 효시가 된 작품이다. 이후 <이갈리아의 딸들>, 도리스 레싱과 어슐러 르 귄의 작품 등 ‘여자들만의 세상’을 그린 수많은 소설들이 이 작품 ‘허랜드’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산악 지대에 위치한 이 나라(허랜드)는 원래 처첩제도와 노예제가 있는 양성 국가였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 많은 남자들이 죽고, 화산 폭발까지 겹쳐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 이 틈을 타 반란을 일으킨 노예들은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지배계급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수명을 다한’ 늙은 여자들을 학살한다. 노예들의 살육에 분노한 여자들은 한데 힘을 합쳐 노예들을 모조리 베어버리고, 그렇게 해서 여자들만 살아남게 된다.

    그후 2천 년이 지난 어느 날, 함께 탐험을 하던 세 명의 미국인 남성이 이 나라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가부장제.자본주의.기독교 사회의 신실한 신민들인 이들이 마주하게 된 허랜드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이 펼치는 로맨스와 성장담과 함께, 진정한 여성성의 세계,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어보았을 세상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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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임승수 (지은이) | 시대의창

    원숭이 자본론

    마르크스 《자본론》을 쉽게 풀어 쓴 책의 대명사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개정판이다. 처음 출간된 이후 8년여가 되었지만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마르크스 저작과 사상 원전의 방대함과 복잡성은 많은 이에게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 책은 이 문을 쉽게 열어, 자본주의 구조의 비밀과 한계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 격차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밝혀준다.

    마르크스 《자본론》의 고갱이를 충실하게, 무엇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집필되었다. 사회형태를 구분하는 기준, 상품과 가치, 노동가치론와 노동시간, 화폐와 자본의 차이, 이윤의 출처, 잉여가치와 상품의 가치, 필요노동과 잉여노동, 잉여가치의 창출, 성과급제의 비밀, 단순재생산과 확대재생산, 자본의 유기적 구성, 자본의 회전시간과 연간이윤율, 독점자본과 공황, 이윤율 하락 경향의 법칙, 신식민주의와 국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총 14강으로 구성한 이 책은, 저자의 강연 경험과 독자들의 질문으로 보완되어 《자본론》을 이해하는 지름길을 제시한다. 또한 본문은 강사와 학생들의 대화 형식으로, 《자본론》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편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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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와 소통으로서의 세계> – 쇼펜하우어의 세계관과 아시아의 철학

    이규성 (지은이) | 동녘

    의지와 소통으로서의 세계

    아시아 철학이 인류의 운명을 창조적으로 여는 지혜임을 강조한, 쇼펜하우어의 세계관을 아시아 철학과 연관해서 분석한 학술서다. 젊은 시절부터 30여 년간 동양 철학을 연구한 국내 동양 철학 최고 권위자인 이규성 교수가 10여 년간 쇼펜하우어와 아시아 철학의 접점을 연구한 기록물이다.

    서양 철학사에서 쇼펜하우어만큼 많은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나, 비주류로 무시되고 오해된 사상가도 드물다. 그의 착상들은 이른바 쇼펜하우어의 시기 이후 문예 예술론뿐만 아니라 생명 철학자들에 의해서도 활용되고 소비되었다. 쇼펜하우어는 탈경계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철학을 통섭한, 19세기의 최초이자 마지막 철학자다.

    저자는 쇼펜하우어가 생존하던 19세기 역사적 상황과 연관하여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동서양을 포괄하는 지점을 포착하고, 그 안에 내재된 주요 사상을 비판적으로 연구한다. 그리고 그 주요 사상을 재해석함으로써 쇼펜하우어와 아시아 철학이 갖는 현대적 의의를 발견하는 데 목적을 둔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세계관이 어떻게 정치-사회의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 그 의의를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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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新 로맨스의 탄생> – 고전문학에서 찾은 사랑의 기술

    신동흔 | 서사와치료연구모임 (지은이)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신 로맨스의 탄생

    춘향전, 흥보가, 구운몽, 숙향전 등 17편의 우리나라 고전소설을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사랑’으로 재해석한다. 사랑 앞에서 고민하고, 갈망하며, 도전하는 고전 속 주인공의 모습은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 앞에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는 지금까지 고전을 빤하고 재미없는 옛날이야기로만 생각하는 기존의 통념을 흔들고, 나아가 오늘날 우리의 사랑관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고전이 전하는 사랑의 중요한 기술은 진정성과 신념, 그리고 언행일치의 진실함이다. 이 책은 구체적이면서 다양한 사랑의 기술을 고전을 통해 보여준다. 해당 주인공들이 사랑을 이끄는 과정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억압된 삶을 거부하고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반대로 어떻게 현실에 부딪쳐 좌절했는지 살펴볼 수 있으며, 고전문학 속 주인공들의 태도는 현재 우리 모습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각 주인공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다. 예를 들어 ‘춘향전’ 속 춘향에게서는 이몽룡이 구해줄 때까지 속절없이 감옥에 갇힌 처량한 신세였다는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춘향의 당당함, 타인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는 자세에 주목한다. ‘흥보가’는 착한 일을 해 복을 받은 흥보와 나쁜 심보로 벌을 받은 놀보라는 관점보다는 흥보 부부가 최악의 상황 앞에서도 이혼이 아닌 사랑으로 버틴 비결을 찾는다. 익숙한 고전에서 색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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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헤이트 스피치> – 차별과 혐오를 향해 날리는 카운터펀치

    간바라 하지메 (지은이) | 홍상현 (옮긴이) | 나름북스

    노헤이트스피치

    일본 극우파가 가장 증오하는 사나이, ‘시바키 부대’ 멤버이자 일본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액션 인권변호사’ 간바라 하지메가 현장의 시선으로 헤이트 스피치를 해부한다. 헤이트 스피치란 무엇이고 왜 생겼으며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 차별을 선동하는 정치가들과 정부 대책 비판은 물론 헤이트 스피치 집회를 저지한 직접행동 과정 및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생생하게 담았으며, 법률가로서 본 규제 방안과 한계도 다룬다. 증오와 편견을 극복하는 방법이 결국 인종주의와 차별을 포위할 시민의 횡적 연대라는 결론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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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또한 당신입니다> – 스무살의 봄, 구의역에서 쓰러진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

    페이스북 페이지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 운영진 (엮은이) | 스무살의봄

    나는 또한 당신입니다

    2016년 5월 28일, 서울지하철 구의역의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스무 살 청년의 죽음. 안타깝고 기막힌 소식에 국화꽃을 들고 사고 현장을 찾아갔던 또래의 청년들이 구의역 승강장과 SNS에 추모공간을 열었다. 승강장 스크린도어 유리문에는 시민들이 마음을 담아 쓴 포스트잇 편지가 빼곡하게 붙었고, 가슴 저린 안타까움을 넘어 미안함을 고백하고 행동을 다짐하는 글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사회적 관심이 모이게 되자 사고 원인을 고인에게 돌리던 회사 측도 입장을 바꾸었고, 사고 후 열이틀 만에 장례를 치르게 된다. 이후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논의되고 구의역의 포스트잇과 추모공간은 없어졌지만 시민들이 스스로에게 다짐한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그대로 남았다. 스크린도어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추모행동을 만들었던 청년들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의 포스트잇 편지와 추모현장의 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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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라이트 밀스> – 실천적 지식인과 사회학적 상상력

    데니얼 기어리 (지은이) | 정연복 (옮긴이) | 삼천리

    라이트 밀스

    C. 라이트 밀스는 1962년 마흔여섯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화이트칼라>, <파워 엘리트>, <사회학적 상상력> 같은 책을 펴내면서 미국의 사회과학계의 큰 획을 그었다. 또 <들어라 양키들아>, <신좌파에게 보내는 편지>는 제3세계 혁명운동, 서구 신좌파 이론가와 활동가들에게 지침서 역할을 했다.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밀스의 대학 시절부터 이어 온 학문과 사상의 궤적에 비중을 둔 지성사 연구라는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전후하여 비약적으로 발전한 미국 사회과학과 지식인 사회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 준다. 또한 지은이 대니얼 기어리는 이 책에서 ‘우상’이 아니라 냉전의 한가운데에서 고민하는 ‘모순된 인간’ 밀스를 그려 내고 있다.

    C. 라이트 밀스는 대학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직장을 잃을까 걱정하고, 천박한 자본주의에 맞서면서도 대기업이 자금을 지원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학교수였다. 또 젠더 문제와 인종 문제에 관해서는 생전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진보적 지식인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스스로 우리에 관해 생각을 하는 걸 배워야 한다”는 퀜틴 스키너의 성찰적인 글귀를 인용하면서 이 평전을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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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을 들었다>

    마크 에임스 (지은이) | 박광호 (옮긴이) | 후마니타스

    나는 오늘 사표 대신 총

    조용하고 친절하던 직장 동료가 어느 날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타나 하나씩 동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또 얌전하기만 하던 학교 친구가 어느날 총과 폭탄을 들고 나타나 학교를 피바다로 만든다. 그간 이와 같은 사건들은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만의 이야기로 여겨지거나 사이코패스나 정신병자의 묻지마 살인, 혹은 인종주의자 등의 혐오 범죄라 규정되어 왔다.

    하지만 살인자 개인의 머릿속이나 정신 상태가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삶의 무대에 주목한 저자는 직장 내 분노 살인과 학내 총격 사건이 실은 하나로 연결된 현상이며, 잔혹한 경쟁 문화와 무차별적인 해고가 일상화된 레이거노믹스 이후에 하나의 ‘현상’으로 등장했다고 말한다. 학교 폭력과 일터 괴롭힘이 만연한 우리 시대에 대한 고발장과도 같은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모멸적이고 굴욕적인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고 있으며, 우리의 가장 주요한 두 삶의 무대, 즉 직장과 학교를 어떻게 파괴해 갔는지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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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지은이) | 한겨레출판

    5년 만에 신혼여행

    한겨레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제주4.3평화문학상, 수림문학상 수상 작가 장강명의 첫 에세이. 결혼 후 아내 HJ와 뒤늦게 보라카이로 신혼여행을 가는 작가의 이야기로, 3박 5일간의 여행을 담은 에세이다. 그런데 소설가 장강명은 왜 5년 만에야 신혼여행을 떠나야 했을까?

    <5년 만의 신혼여행>은 작가의 청춘 이야기이며, 연애 이야기이며, 결혼과 결혼 후의 이야기이다. 그가 어떻게 시시한 세상을 견디며 청춘을 보냈는지, 별 희망이 안 보이던 자신에게서 어떻게 희미하게나마 무언가를 건져냈는지, 첫사랑, 첫 섹스, 첫 직장 생활 같은 것들에서 어떻게 벗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HJ와 어렵게 연애를 하고, 힘들게 결혼을 하고, 끝내 한국을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러므로 이 에세이는 연애와 결혼해 대해 소설가 장강명이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한 에세이식 보고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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